저는 커리어의 대부분을 B2B (+고관여 B2C) 제품을 마케팅 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디지오션을 창업하고 마케팅하는게 더욱 즐거웠습니다. 제가 해오던 마케팅보다 훨씬 더 (잠재)고객의 반응을 가깝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4년째 디지오션을 마케팅하며 B2C 마케팅을 실제로 경험하고 또 배워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같은 마케팅 직무라 하더라도 제품/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B2C, B2B, D2C 등) 업무 범위와 필요한 능력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야놀자, 클래스 101, 인프런 등의 브랜드처럼 같은 회사에서도 B2C와 B2B로 나누어 영업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동일한 제품/서비스도 타겟 잠재고객의 특성에 따라 다른 마케팅 기법을 적용한다는 점이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B2C 고객을 대상으로 디지오션 마케팅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회사에서의 업무 경험을 비교하게 되는데요. 두가지를 다 (그것도 동시에) 해보니 그 차이점을 더 명확히 알겠더라구요.

이번 레터는 그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B2B 마케터로서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 네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B2B와 B2C 간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포인트들일 거라고 생각해요!

1. B2C 방식으로 타겟팅한다
2. 짧고 간단한 구매 여정을 기대한다
3. 세일즈와 협업하지 않는다
4. 채널 파트너를 활용하지 않는다

• 퍼모그래픽: 업종, 산업, 직원 수, 지역, 연 매출, 상장 여부 등
• 테크노그래픽: 사용 중인 (혹은 사용했던) 테크 솔루션/서비스, 계약 금액, 지역 등

이러한 이유로 마케팅 채널의 성과를 판단하는 것 또한 매우 복잡합니다. B2C에서 적용할 수 있는 첫번째 / 마지막 클릭 방식 같은 '싱글 터치' 기준으로 기여도를 측정하기가 어려워요. 오랜 시간 (한 기업 내) 여러 잠재고객에게 다양한 채널 (일부는 오프라인)을 통해 상호작용이 발생했으니까요. 

B2B는 그래서 ‘멀티 터치’ 기준으로 기여도를 측정합니다. 또한 어떤 채널이 몇 번의 상호작용을 통해 계약 성사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생각해야합니다. 그래서 보통 GA4와 같이 쿠키를 기반으로한 트래픽 분석 툴로는 통합적 분석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관련하여 영문이지만 읽어볼만한 아티클 - 요약/번역에 챗GPT 활용해보세요!)

• B2B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디지털 마케팅, 오프라인 마케팅, 채널 파트너, 영업, 고객 지원, 기술/엔지니어링 등

짧게는 몇시간 안에도 구매 결정이 이루어지는 B2C의 기준으로 B2B 성과를 측정하면 좋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시간과 돈은 많이 투자했는데 그만큼의 ROI를 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테니까요. B2C에서 가져온 KPI를 잘못 적용하면, 실제 계약 성사 확률은 낮지만 그저 결과를 내기 쉬운 방향으로 마케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단지 성과 증명이 쉽다는 이유로 퀄리티가 낮은 리드를 생성하여 영업팀에 전달한다면 당연히 계약 성사는 되지 않고 영업팀은 귀중한 시간은 낭비하게 되겠죠. 

따라서 B2B는 이러한 멀티 터치 상호작용 방식을 고려하여 장기적 마케팅 플랜을 세우고 영업팀과도 긴밀하게 협업해야 합니다.

B2B 회사에서 일하며 사업이 어느정도 성장하기까지 영업팀이 마케팅을 겸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마케팅이 없이도 영업팀 만으로는 운영이 가능하지만, 영업팀 없이 마케팅팀 만으로는 사업이 어려운 것인데요.

B2B 기업에서 마케팅의 역할은 B2C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B2C에서 마케팅은 인지도부터 구매, 그리고 유지까지 모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편 B2B에서는 계약 가능성 높은 잠재 고객을 영업팀에 전달해주는 것까지가 마케팅의 큰 역할입니다. (물론 회사의 성장 과정에 따라 계약 과정에 있는 기업의 의사결정을 돕거나, 리텐션 향상을 위한 캠페인에 더 큰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하기도 합니다.)

이 때 포인트는 ‘거래 성사 가능성이 높은’ 인데요. 적합한 기업이면서 + 의사결정권자이고 + 여러 채널을 통해 우리 브랜드와 상호작용한 잠재 고객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잠재 고객의 거래 성사 가능성을 아래와 같이 단계별로 나누어 부릅니다.

• Lead: 확보한 잠재 고객 정보 
• MQL (Marketing Qualified Lead) - 마케팅 활동을 통해 구매 가능성이 있음을 검증한 리드
• SQL (Sales Qualified Lead) - 영업 활동을 통해 최종적으로 구매 가능성이 있음을 검증한 리드

B2C에서 오랜 시간 마케팅을 했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분이 바로 이 ‘영업팀’과의 관계성입니다. B2B에서 마케팅은 영업팀이 한정된 시간을 좋은 리드(잠재 고객)에 투자하여 매출을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니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리드스코어링'이 큰 도움이 됩니다. 역시나 방대한 내용이라 이번 레터에서는 넘어갑니다!) 그래서 마케팅팀에게 영업팀은 내부 이해관계자입니다.

이런 환경이 익숙하지 않거나 특히 아직 규모가 작은 B2B에서 일하는 경우, ‘내가 영업팀 보조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할텐데요. B2B에서는 마케팅팀과 영업팀이 얼만큼 서로 잘 협력하는지가 사업 성공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요소입니다.

P.S. 오래된 글이지만 '오픈서베이'의 마케팅 팀장님의 7년 전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스웨덴에서 온 귀리 우유 브랜드 오틀리는 한국 B2B 시장에 진출하며 채널 파트너를 잘 활용하여 좋은 성과를 얻었는데요. 스페셜티 커피처럼 특화된 커피를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핵심 브랜드를 공략하여 거점을 확보했습니다. 이런 거점 카페에 게스트 바리스타를 파견하여 직접 오틀리로 만든 커피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고 합니다.

또한 기존 우유 업계의 관행을 깨고 유통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기획하고 새로운 레시피도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채널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도 힘을 썼습니다. 오틀리의 잠재 고객(기업)은 (오틀리를 통해서 뿐 아니라)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오틀리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